아리조나 밸리한인장로교회 (VK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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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6일

“그럴 수도 있지.”

여러 가지 일로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비행기 옆자리에 누가 앉게 되느냐에 따라 그 여행의 시간이 편안해질 수도 있고, 때론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한 번은 아버지가 어린아이를 안고 제 옆에 앉았습니다. 아이를 안고 가는 아버지도 힘들었겠지만 바로 옆에 앉아 가는 저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 아이가 아버지 품에 안겨 발버둥치며 저를 계속해서 발로 건드립니다. 한밤중에 타서 새벽에 도착하는 동부로 향하는 비행기였는데 이 아이로 인해 잠 한 숨 제대로 자지 못했습니다. 

지난 주간 산호세에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는 나이 지긋한 몸집이 큰 남자가 옆에 앉았습니다. 몸집이 커서 살을 맞대고 가야 하는 상황이 되니 조금은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제 일에 방해는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음료를 시킬 때가 되니 이분이 와인을 시킵니다. 그리고 조금 지나 그의 이어팟을 통해 음악소리가 커다랗게 들려옵니다. 간혹 그 큰 몸을 움칫움칫하며 흥을 내보기도 합니다. 피닉스에 도착할 때까지 제 귓가에는 알 수 없는 음악소리가 계속 맴돌았습니다. 

이런저런 사람들과 함께 좁은 공간에서 오랜 시간 해야 하는 비행에는 그래서 에피소드가 참 많습니다. 비행하는 시간 내내 옆의 사람과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 이륙할 때부터 착륙할 때까지 울음을 그치지 않았던 어떤 아기, 땀내인지, 암내인지 코를 찔렀던 어떤 사람으로 인해 곤란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왜 그럴까? 그 짧은 시간에 술을 마셔야 하나? 음악소리는 왜 그렇게 크게 틀지? 엄마 아빠가 무엇 하길래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못할까? 사람 많은 곳에서는 소리를 좀 죽여서 대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건건마다 정죄하고 비판하며 그로 인해 불편해진 비행이 억울하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자주 비행을 하며 겪게 되니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이런저런 사람들의 행동들이 제게 별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교회 생활을 하는 가운데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저마다 말 못 할 사연들을 가슴 깊숙이 품고 살아갑니다. 그러다 보니 생각지 못한 때에 말이 잘못 나올 수도 있고, 생각지 못한 행동을 하게 되는 것도 봅니다. 이로 인해 상처를 주는 사람도, 상처를 받는 사람도 생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일방적이지는 않고 상처를 주고받는다는 표현이 더 맞을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때에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이해하지 못해도, 공감하지 못해도 무슨 이유가 있겠지. 무슨 사정이 있겠지. 품고 넘어가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경우 목사


2026년 8월 30일

“시간은 멈추지 않습니다.”

날이 많이 짧아졌습니다. 새벽기도를 위해 교회에 도착해 보니 주변은 어둡고 환한 달빛이 교회를 비추고 있었습니다. 조금씩 느끼고는 있었지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교회를 향했던 발걸음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어두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지 않은 보름달을 보면서 날이 짧아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 달도 조금씩 찌그러지다가 자취를 감추고 말겠지요. 그리고 또 따른 달이 떠오르게 될 것입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얼마나 빨리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벌써 여름이 다 지나갔다고 하면 무리겠지만, 이제 9월을 바라보며 마지막 더위를 견뎌 봅니다.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다 보면 세상이 멈추어 있는 것만 같습니다. 매일 똑같은 길을 가고, 같은 사람들을 만나며, 같은 일을 하고, 같은 음식을 먹고, 정해진 시간에 집에 돌아와 씻고 잠들면 하루가 다 지나갑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때로는 한심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보람차고, 자랑스러울 때도 있지요. 스스로를 칭찬할 때도 있습니다. 무엇인가 저를 기쁘게 하는 일들이 있으면 가슴 벅찬 기쁨에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워질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기뻐하고, 슬퍼하고, 지루해하고, 게으름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에도 결코 시간은 멈추는 법이 없습니다. 잠깐 멈추어 있는 것 같은데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일년이 지나갑니다. 다음 날 정리하겠다고 미뤄두었던 창고는 여전히 정리하다가 그대로 새로운 해를 맞이하기도 합니다. 

오늘이 지나가면 그 시간은 우리에게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입니다. 잠시 게으름을 피우기 위해 소파에 눕다가도 번쩍 정신을 차리고 나를 일어서게 하는 것은 다시 오지 않을 시간에 대한 긴급함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님 입장에서는 우리를 공평하게 대해 주신다고 하겠지만, 우리의 입장에서는 결코 공평하지 않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많은 시간을 내어주셨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결코 길지 않은 시간만이 남아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게 주어진 사명을 위해 긴급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언제 우리 주님이 오셔서 우리에게 책임을 물으실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내게 주어진 사명을 이루기 위해, 내게 얼마의 시간이 남아 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시간이 멈추어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목사

2026년 8월 23일

“티키타카”

“척하면 압니다.” 잘 되는 공동체는 리더의 움직임에 모두 한 몸이 되어 따라 움직입니다. 리더가 우하면 공동체 모두 우하고, 리더가 좌하면 공동체 모두 좌합니다. 서로가 한마음 한뜻이 되어 호흡이 잘 맞을 때, “티키타카”가 잘 맞는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쿵짝이 잘 맞는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교회는 서로 다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자라온 환경도 다르고, 지식도 경험도 다 제각각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티키타카를 이루며 아름다운 공동체를 세워나갈 수 있겠습니까? 하나님의 뜻을 잘 헤아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몸에 내주해 계신 성령님이 한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한 성령 안에서 한마음으로 움직여야 호흡이 잘 맞는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 임직(안수집사, 권사)를 계기로 우리 교회가 새롭게 태어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일을 위해 기도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기도하는 공동체는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잘 헤아립니다. 그리고 각각 주어진 분야에서 그 역할을 잘 감당하게 될 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공동체로 세워지게 됩니다.


제가 처음 교회를 개척하며 마음에 품어온 것은 “하나님이 열어주시는 교회”를 세우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눈을 들어 하나님만 보고 있으면 됩니다. 하나님이 일을 시작하시고, 우리 마음에 넣어주시는 비전을 품고, 그 주신 비전에 충성하면 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굳이 모여 회의를 하지 않아도, 굳이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같은 곳을 향하여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교회의 머리이시고, 우리는 교회의 몸을 이루고 있는 지체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교회를 세워나갈 수 있는 많은 은사를 허락하셨습니다. 우리에게 허락하신 은사를 계발해서 잘 사용해야 합니다. 우리 교회의 사역이 조금씩 조금씩 세워져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어야 합니다. 함께 모여 기도하고, 찬양해야 합니다. 가르치는 일, 구제하는 일, 봉사하는 일, 선교와 전도하는 일 등 하나님이 열어주시는 사역을 위해 우리 모두가 하나되어 섬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이 이루어가시는 밸리한인장로교회의 새로운 모습들이 기대가 됩니다. 

                                                                                                                                      

이 경우 목사

2026년 8월 16일

“캐스트 아이언”

캐스트 아이언’ 한국말로는 주철이라고 합니다. 캐스트 아이언으로 팬을 만들고, 냄비를 만들어 사용합니다. 고기를 구워 캐스트 아이언으로 만든 접시에 담아 내기도 합니다. 캐스트 아이언은 열을 보존하는 탁월한 기능이 있습니다. 온도가 쉽게 내려가지 않습니다. 관리만 잘하면 평생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관리가 쉽지 않습니다. 잘못 관리하면 녹이 슬어 버리고, 떨어뜨리면 쉽게 깨지기도 합니다. 보관할 때는 반드시 기름을 발라 코팅을 해 주어야 합니다. 무거워서 들기 힘듭니다. 


공짜가 없다는 말은 이 캐스트 아이언으로 만든 그릇들에도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맛있는 고기, 찌개 등의 요리를 따뜻하게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대신에, 관리하기가 힘들어 자주 사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맛있게, 좀 더 오래 따뜻함을 유지하기 위해 캐스트 아이언 제품을 많이 사용합니다.


저는 목회자로서 우리 성도님들을 어떻게 양육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하나님이 주신 은사가 저마다 다릅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님이 주신 은사를 잘 활용하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은사를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면 소용이 없습니다. 


지난 주 안수집사 두분, 권사 네 분이 피택되었습니다. 이제는 안수집사로, 권사로 잘 설 수 있도록 훈련이 되어야 합니다. 양은냄비는 물이 빨리 끓습니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빨리 끓여서 해결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그러나 빨리 끓는 만큼 빨리 식습니다. 하나님의 사역자는 빨리 끓어오르고, 빨리 식는 양은냄비가 아니라, 뜨거워지는 데 오래 걸리지만, 그 열기를 오래 간직할 수 있는 캐스트 아이언 냄비가 더 어울립니다. 주님 오시는 그날까지 주님이 맡겨 주신 일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잠깐의 열정보다는 꾸준한 성실함이 더 필요합니다. 이번에 피택된 분들이 두꺼운 캐스트 아이언 냄비처럼 직분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잘 훈련받고, 잘 세워질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경우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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